2014년 3월 14일 금요일

말하는 건축 시티:홀(2013)


 정재은 감독의 말하는 건축 시티:홀을 드디어 보았네요.

 정재은 감독은 전작 말하는 건축가에 이어 연출자로서 엄살 한번 부리지 않고 거드름 한번 피지 않으며 부단한 작품을 만들어 냈더군요. 전작에서 '인물'을 다루는 것에 비해, '과정'을 다루는 이번 영화는 아마 연출적 개입이 더 적었을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이렇듯 뜨겁지도 담담하지도 않은 것이 정재은  다큐멘터리의 매력일 것입니다.

 영화는 신청사의 계획 단계부터 개청식 까지의 과정을 세세히 보여줍니다. 이 온당한 과정들은 이제까지의 서울시청사를 향한 조롱의 변명거리 정도로 보이지 않습니다. 여러분은 그 과정을 얼마나 알고 있으며, 실지로 들어가 보긴 하셨는지요?

 마지막으로 건축을 조금이나마 공부했던 사람으로 이야기 하자면 매스스터디, 원도시, 정림, 디엠피, 삼우, 삼물과 같은 1진 설계사무소와 기업들의 실무 과정을 옅볼수 있는 모습이 흥미롭기도 합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개청식이 진행될때 바닥에 앉아있는 유걸씨의 모습이 얼마나 안타깝던지요.

★★★☆ - 얼마나 알고 얼마나 보이는지요. 저도 들어가 보렵니다.

크로니클(2012)



크로니클은 최근 제가 본 영화중에 가장 흥미로운 영화였습니다.

 설정자체로 보면 식상하기 짝이 없습니다. 철지난 초능력소년에 이제는 식상하기까지한 파운드 푸티지 방식의 영화입니다. 하지만 이런 식상함도 적당한 소재와 결합하면 얼마나 큰 시너지를 불러일으키는지를 체험한 영화이기도 합니다.

 대부분의 촬영이 핸드핼드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가끔 집중력을 흐트러트리기도 하는 이 방식은 영화속 '불안'과 맞아 떨어져 꽤나 효과적으로 느껴집니다. 그리고 핸드핼드 방식을 제외한 촬영이 초능력을 이용하여 촬영한다는 설정인데, 이를 통해 기존 파운드 푸티지 방식의 시점(사람의 손으로 촬영하는 방식)을 고수하면서도 이 한계를 극복하는 전지적인 촬영시점을 설득력 있게 보여줄수 있다는 것은 무척이나 신선합니다.

 게다가 초능력물의 탈을 쓰고 있지만,사실 영화의 매력은 세태를 반영하는 사실성에 있습니다. 학교에서 자행되는 괴롭힘이나, 마치 유투브 동영상을 연상시키는 초반 촬영장면들은 물론이고, 초능력을 갖게 되고 하는 행동들 마저 내가 초능력을 갖게되면 해보고 싶은 수준, 딱 거기에 머물러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영화에서 제가 가장 좋았던 것은 불운한 가정사속에서 점점 파괴되어가는 과정속 앤드류의 불안이 스크린을 빠져나와 전염된다는 점이였습니다. 그리고 이 영화의 마무리 역시 이만하면 훌륭하다고 느껴지니까요.

 제가 근래 봤던 SF 오락 영화중 케빈 인더 우즈를 제외하고는 이 영화보다 좋은 영화는 없다고 생각이 드는군요.

아참, 그리고 데인 드한은 정말인지 훌륭한 배우입니다. 게다가 감독인 조쉬 트랭크는 올해 30살 이더군요.

★★★★☆ - 초능력을 가지고 보여주고 싶었던 것은 파괴,세태,불안.

2014년 3월 8일 토요일

늑대아이(2012)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늑대아이를 봤습니다.

최근 저에게 호소다 마모루의 이전작인 '시간을 달리는 소녀'는 물론이고 하라 캔야의 '컬러풀', 신카이 마코토의 '언어의 정원'까지 개인적인 이유인지 모르겠으나 실망감으로 다가왔었습니다. (언어의 정원은 심지어 제가 4점을 줬었더군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평단의 극찬에 비해 개인적으로 크게 좋지는 않았습니다. 이야기를 담아내는 방식들은 훌륭하지만 서사적으로 훌륭하다고 생각되지는 않습니다. 또, 13년이라는 세월을 담아내는 방식도 역시 훌륭하지만 섬세한 감정을 제대로 담아냈다고 생각되지는 않습니다. 때문에 의도적으로 감정적인 절제를 하는것과 맞물려 약간은 밋밋하다고나 할까요.

물론 미학적인 성취가 있는 작품입니다. 캐릭터들의 이름과 마찬가지로 날씨에 관한 표현이나, 웅덩이에 비치는 하늘의 모습, 자연의 풍경등을 묘사하는 것이 무척 훌륭한데다가, 교실을 통해 흘러가는 시간을 담는다던가, 초반부 신혼생활에서 배경음악만을 깔아두고 흐름을 보여주는 장면에서는 눈을 땔수 없었습니다. (훌륭한 연출이 밑바탕에 있었겠지요.)

이렇듯 연달아 일본 애니매이션들에 실망감을 갖게 되니 일본애니매이션에 질책이 생긴다기 보다는 나 자신을 의심하게 되네요.


★★★ - 적어도 나에게는 신카이 마코토, 하라 캔야에 이어 호소다 마모루도 실패.

2014년 3월 7일 금요일

대학살의 신(2012)


 로만 폴만스키 감독의 대학살의 신을 보았네요.

 영화 전체에서의 등장인물이 네명 뿐이고, 80분의 러닝타임속에서 주(主)가 되는 공간은 단 한군데 뿐이라는 설정은 맨프롬어스를 떠오르게 하더군요. 전작인 '피아니스트'에서 전후의 혼란한 상황을 세심하게 연출해 낸 로만 폴만스키는 차,포 때고 두는 장기도 역시나 능수능란 하더군요.

 로만 폴만스키는 빡빡한 연출과 특유의 리듬을 부여해 자칫 지루할수 있는 이야기를 생생하게 만들어냅니다. 하지만 연출에 있어서는 특별히 대단하게 느껴지지 않기는 합니다.

 아마 이 작품에 가장 큰 매력은 각본일 것입니다. 신선하니 새로운 각본이란 뜻은 아닙니다. 또한 대사의 양이 방대하지만, 그들이 내뱉는 말 하나하나에 주목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저 파국으로 달려 나가기 위한 수단일 뿐이니까요. 그리고 주인공들이 내뱉는 말들의 속뜻이 정반대를 뜻하고 있는데, 이렇듯 교양속에 숨겨진 위선을 드러내는 방식이 묘한 재미를 이끌어 냅니다. 결말에서도 첫장면과 오버랩되서 소소한 미소를 짓게 하고요.

 이 영화는 가장 편안하고 통쾌하게 느껴지는 순간이 서로의 교양을 점철되는 장면이 아닌, 이성의 끈이 풀어져 버리는 장면인데, 이것이 얼마나 모순적이며 흥미롭습니까.

 아참, 주연배우들이 무척이나 화려합니다. 케이트 윈슬렛과 존 C.레일리도 부족함이 없지만, 조디포스터와 크리스트프 왈츠가 정말인지 훌륭합니다.


★★★★ - 때때로 교양은 얼마나 위선적이며 역겨운가.

2014년 2월 25일 화요일

The 4th Mini Album `Mr.Mr.' 소녀시대



'브랜드 가치가 역량을 초과할때'

 소녀시대가 먼저 나왔군요. SM과 YG의 치졸한 음반 발매일 경쟁은 (특히나 YG) 보는 사람의 인상을 찌푸리게 하는군요. 요즘 음원경쟁의 특성상 몇주이상 길게 유지되기 힘드니, 몇일 이라도 늦게 발매하는 것이 음원은 물론 소위 말하는 언론 플레이까지 유리하기는 합니다.

 소녀시대는 누가 뭐라고 해도 현시점에서 가장 영향력 있고, 브랜드 가치가 가장 높은 걸그룹입니다. 화장품, 보석 CF는 물론이고 명품CF를 찍을수 있는 걸그룹은 아마 소녀시대 밖에 없을 것입니다. 이처럼 브랜드 가치는 나날히 상승하고 있지만, 음악적으로 성장하고 있는가에 관해서는 의문입니다. 아마 3집 The boys나 4집 I got a boy의 스코어는 생각하시는 것보다 훌륭할 것입니다. 음원성적은 물론이고 충성심높은 팬덤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음반 판매량 역시 독보적 입니다.

 그러나 최근작 i got a boy를 달갑게 보는 시선들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그간 수많은 컨셉을 소모시키면서 달려온 소녀시대는 새로운 '워너비'로서의 포지션이 필요 했었고, 아마 그 시도가 I got a boy였을 것입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새로운 색깔이 명확히 보이지는 않더군요. 2ne1이 '알파걸' 이미지를 구축하면서 음악적 이미지를 생성했다면, 소녀시대는 메가 히트곡인 'GEE'는 물론이고, '소원을 말해봐', '훗'등을 통해 이미지를 위한 이미지를 만들어 냈습니다.

 결국 이미지를 소비시켜버리니 컨셉츄얼 하지 않고서야 소녀시대가 갖고 있는 포지션은 상당히 애매해져 버리게 됩니다. 대중들의 말처럼 1집으로 회귀해 A-PINK처럼 나풀나풀 거리는 이미지를 형성한다고 해서 대중들이 만족할것 같지는 않습니다. 이렇듯 그룹이 가지고 있는 브랜드 가치는 높아지는데 반해 음악적 결론은 내지를 못하니 점점 난해해져 버렸습니다.
 그렇기에 이번 앨범은, 정규 앨범은 아니지만 다음 앨범의 징검다리로써의 중요한 역할을 해내야만 합니다.

 'The underdogs'와 작업한 타이틀곡 'Mr.Mr.'의 장점은 전작에 비해 훨씬 이지리스닝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곡을 청음한다는 기준으로 본다면 'goodbye'나 'Europa'가 훨씬 낫게 들리지만 분명 'Mr.Mr.'는 비주얼적으로 소비가 훨씬 쉬워보이는 곡인 것 같습니다. 이미지를 형성하는 것은 물론이고요.

 귀에 들어오는 노래를 꼽으라면 앞에서 언급한 'goodbye'와 'Europa'정도 인데, 그중 Kenzie와 작업한 'Europa'가 인상적이더군요. 이번 앨범에서 가장 가사의 양이 많으면서도 리드미컬합니다. 샤이니나 f(x)의 곡들에서도 볼수 있는 곡간 나레이션들도 활력을 더해주고요.

 나머지 뒷부분 세곡들은 귀에 잘 들어오지 않고 여섯곡 밖에 되지 않는 앨범이 전체적으로 만족스러운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난해하지 않고 쉽게 들립니다. 곱씹어볼만한 가사들도 있고, 나름 몰입이 되기도 합니다. 그렇기에 소녀시대가 무척이나 중요한 시점에서 다음 앨범으로 넘어가는 징검다리를 잘못 놓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

2014년 2월 24일 월요일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 (2011)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를 보았습니다.

 토마스 알프레드슨은 정말인지 대단한 감독입니다. 극 전체의 분위기를 만들어가는 내러티브의 사용은 전작인 렛미인에 이어 극치를 보여주는듯 합니다. 70년대 냉전시대의 분위기를 우아하고 차분하게 만들어냅니다.

 저는 토마스 알프레드슨이 영화를 만들고자 하는 태도를 초반부 게리올드만이 진행하는 인트로 부분에서 느낄수 있습니다. 길지않은 인트로 부분을 엄청난 양의 쇼트로 잘라놓고 그것들을 연결하는 방식을 사용하는데 그 방식이 너무나 세련되 있습니다. 그리고 그 방대한 양의 쇼트들을 촬영한 카메라 위치를 상상하고, 그 것을 촬영하는데 걸린 시간들을 생각하면 조금 과장되게 '장인정신'이 느껴진다고나 할까요.

 물론 영화 자체의 내용이 쉽게 이해되지는 않습니다. 저 역시 몇번이나 돌려보기도 했고요. 그리고 스파이가 밝혀지는 장면에서 오는 쾌감자체도 크진 않습니다. 영화를 다 보고나니 그런 쾌감에 목적이 있는 영화는 아닙니다. 오히려 극 중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오열하는 장면이나, 마지막 부분에 게리 올드만이 집으로 들어가서 보여주는 장면에서 서늘함을 느끼게 됩니다. 결국 패자만 있고 승자는 없는 스파이들의 세계를 비춰 보여주려는 것이겠지요.

★★★★ - 총성없이도 서늘한 스파이영화

2014년 2월 10일 월요일

헝거게임 : 캣칭 파이어 (2013)


헝거게임의 2부 캣칭파이어를 보고 왔습니다.


 감독이 바뀌어서 그런건지 각본이 그랬는지는 모르지만 1편보다는 조금더 낫게 다가오더군요. 아마도 전작에서는 조금 아쉬웠던 갈등과 심리묘사가 조금은더 구체적으로 그려지기 때문인것 같군요. 제니퍼 로렌스에 대한 캐릭터의 신뢰도 한층 두터워 졌고, 두드러지는 캐릭터들은 아니지만 애정을 붙일만한 인물들도 생기기도 했습니다.


 단숨에 '희망'이니 뭐니로 되어버린 상황은 그다지 와닿지는 않지만, 또 배경에 비춰 본다면 조금은 고개가 끄덕이기도 하고요.


 물론 유별나게 빼어난 이야기가 있거나, 강력한 반전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게다가 상황, 상황 친절하지도 못합니다. '헝거게임'자체를 놓고 봐도 이번작이 매끄럽긴 하지만, 전작의 강렬함은 느껴지지 않기도 하고요. 그러나 영화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다음 작을 위한 매끄럽고 깨끗한 초석 역할을 해낸다 생각 됩니다.


 아참, 얼마전 세상을 떠난 필립 세이모어 호프만이 나오더군요. 앞으로 나올 3,4부에서 그를 찾아볼수 없다는게 아쉽게 느껴지는군요.


7점 - 친절하지는 않지만, 매력적인 서문